책의 존재..
책이 있는 공간이 좋다..
이곳에는 인간 의식의
지극히 단편적이고도 연속적인
흐름이 존재한다.
"나는 즉시 그녀에게 끌렸다. 그녀의 자태가 마음에 들었다.
남자들이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다운 정서를 묘사할 때
이런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.
나 역시 그런 남자들과 똑같이 죄를 지은 셈이다.
그런 면을 볼 때면 목이나 가슴을 꼬집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.
그러나 내가 그녀의 얼굴과 태도, 그녀의 몸매, 뭐라 말할 수 없는 향기를 평가하기 전에도,
사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기는 하지만,
나는 내가 그녀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.
그리고 나는 발견했다. 그녀가 정말로 말을 할 줄 안다는 것.
처음에는 그녀가 지나치게 반듯하다고 생각했지만, 곧 그녀는 한 단어씩 나아갔다.
모든 글자에는 경계가 있었다.
나는 그녀의 크고 풍만한 입을 지켜보았다.
그녀의 입은 어두운 집을 돌아다니며 불을 켤 수 있는 지점들을
점점이 또는 줄줄이 완벽하게 짚어 내는 사람처럼 자신의 문장들 속을 휩쓸고 다녔다."
[영원한 이방인 33쪽] by 이창래
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.
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.
나는 내가 그녀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.
그리고 나는 발견했다.